몽골여행 :: 마음이 콩밭에 있을 때

“…전부 불합이네.”
싱숭생숭했던 나의 여름 휴가는 그렇게 시작됐다. 내심 이직을 원하던 회사 채용 일정에서 전부 미끄러진 후에야 성큼 다가온 휴가를 실감했다. 초심초사했던 마음이 진정되자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약 열흘 간의 장기간 해외여행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앙큼한 일을 벌인 죄다.
여행의 흔적은 언제나 사진으로 남는다. 한때 인생샷 건지기에 목숨 건 전적도 있다. 이런 내가 여행길에 순순히 오를리 없지… 급한 대로 주말 하루를 비워 오직 쇼핑을 위한 시간을 가졌다. 결과는 나름 만족스러웠는데 문제는 택배였다. 내 생애 택배 기사님을 이만큼 목 빠지게 기다린 날이 없었는데, 울리지 않은 문자 메시지만 눌러보길 반복했다.
‘오시다가 사고라도 나신 게 아닐까?’
쓸데 없는 걱정에, 배송 예정 기간을 넘기면 컴플레인이라도 잔뜩 걸어보겠다는 요량으로.
미리 준비하면 마음이 편했을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머리로는 알고도 진심이 따라주질 못 했다. 유독 싱숭생숭 잡생각이 많았던 요즘, 여행을 계획할 때만 해도 비행기를 타고 슝 날아가버린 마음이 현실로 복귀한 건 순식간이었다. 요즘 들어 유독 그렇게 오지도 않은 앞날에 대한 두려움이 불쑥 내 마음을 비집고 들어온다. 나이 먹어감이란 겁쟁이가 되어가는 과정인 걸까.
서른 줄에 들어서선 서른만큼 제 구실을 못 하는 것 같은 내가 아쉽다. 내가 그리던 서른은 온데간데 없다. 만 나이로 바뀌면서 다시 두 살이나 어려졌는데, 서른 체험판으로 반 년을 살아버린 탓일지도. 이러쿵 저러쿵해도 시간은 흘렀고 여행은 가야 한다.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냐 잡념은 다 여기 두고 떠나버리자, 하고 싶은데 택배가 마음 고생을 시키네…?
서른이고 나발이고 지금만 살자, 제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