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여행 :: 돈이 좋은 건 알았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대한항공 프레스티지 석 탑승 후기)

해외여행은 좋아하지만, 사실 비행기부터 즐기지는 못한다. 여행의 설렘은 비행부터라던데, 난 비행기가 좀 무섭다. 해외를 돌아다니는 게 좋아서 한때 승무원도 꿈꿨으나 비행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서지 못 했다. 내가 타는 비행기는 유독 흔들리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마 오버겠지만) 탈 때마다 요동을 쳤던 것 같다.
이번 여행 역시 비슷하겠거니 했다. 몽골행 비행기는 약 3시간에서 3시간반 정도인데, 비교적 짧은 비행 시간으로 위안 삼았다. 동남아만 해도 5시간 이상이 기본이니 양호하네. 그런데 웬 걸, 돈이 좋다더니 이렇게 좋은 줄은 몰랐는데… 오히려 짧은 비행시간이 아쉬울 정도로 즐거운 비행을 경험했다. 바로 대한항공 비즈니스 석에서.
아빠의 항공 마일리지 덕을 봤다. 어릴 적 아빠는 일본으로 잦은 출장을 다니셨는데, 그때 쌓인 건 마일리지 적립 기간이 평생이다. (지금은 10년이다.) 평생 마일리지를 끌어다 쓴다는 게 괜히 마음에 걸렸지만, 부모님은 쓸 수 있을 때 쓰라고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그 길로 우리 자매의 황금(?) 출국길이 시작됐다. 성수기 직전 평일 비행편으로 22,500마일과 단 돈 58,800원에 우리는 풍요로운 비행 경험을 얻었다.

대한항공에서 몽골로 가는 마일리지 비행편은 오직 오전 8시10분 출발뿐이다. 첫 차를 타고 마음 급히 갔는데 오전이라 그런지 붐비진 않았다. 그런데 역시 좋은 것도 즐겨본 놈이 즐길 줄 안다고, 대한항공 퍼스트/프레스티지 전용 탑승 수속 구역이 있는데 그것도 모르고 일반 줄에 줄을 서서 탑승 수속을 밟았다.
“어머, 비즈니스 석이세요? 그래도 짐은 일찍 나와요.”
체크인 카운터에서 수화물 부치는 걸 도와주는 직원분의 말씀에 안도하고, 두손 두발 자유롭게 심사대로 향했다. 오전이라 빠듯했지만, 우린 생애 첫 프레스티지 라운지를 알차게 즐겼다. 세상엔 생각보다 이른 새벽 비즈니스 석에 탑승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출장온 것 같은 외국인들도 꽤나 보였다. 밥, 빵, 고기 반찬, 샐러드 등 기본적인 것부터 디저트와 과일, 커피와 우유, 술 등 웬만한 호텔 조식 뺨쳤다. 그런데 유독 컵라면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라운지 라면은 더 꿀맛이려나. 우리는 30분 동안 한 두입 맛만 보고 비행기에 올랐다.


시작은 월컴 드링크, 우린 아침부터 굳이 샴페인을 골랐다. 그 뒤로도 메뉴에 따라 화이트와 레드 와인을 마셨다. 아무래도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프레스티지 석을 충분히 즐길 수 있지 않나 싶다. 몽골행 기내식은 브런치 코스로 도토리묵밥과 안심 스테이크, 씨푸드 누들이 있었지만, 당연히 모닝 소고기다.
“언니, 요근래 먹은 스테이크 중에 제일 부드러워.”
이러나 저러나 촌티란 촌티는 팍팍 났겠지만, (내심 부끄러워 서로 맹한 소리 좀 그만하라고 속닥댔지만) 우린 두 다리 쭉 뻗고 영화도 보고, 간식도 먹고, 와인도 즐기며 비행기가 흔들리는 건 신경쓸 겨를도 없이 3시간을 훌쩍 보내고 말았다. 늘상 즐겼던 창밖의 뭉게 구름도 우리의 관심을 사진 못 했다.
우리도 수화물도 정말 빠르게 나왔다. 거의 열 번째 안으로 나온 듯 싶다. 그도 그럴 것이, 비즈니스 석이 열 석 남짓 됐다. 입장부터 퇴장까지 모든 걸 순조롭게 마치니 시간도 여유로웠다. 몽골과 한국의 시차는 한 시간으로, 몽골이 느리다. 몽골 시간으로 오전 11시쯤 내리고, 11시반쯤엔 환전을 마치고 친절한 택시 기사님을 만난 뒤, 택시를 타고 칭기스칸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순조로운 여행의 시작, 첫 날부터 폭우가 쏟아졌지만 마음만은 긍정 기운으로 가득 차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