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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몽골여행 :: 지옥길 끝의 천국, 여름도 추운 몽골의 바다 홉스골
    여행 & 나들이/해외여행 2023. 7. 20. 19:00
    홉스골의 여름은 비가 잦고 구름이 많다. 별을 보기에 적합한 지역은 아니라고 한다. 오직 별 보기를 목적으로 한다면 고비사막으로 가야 한다.
    우리 숙소에서 내려다본 홉스골의 저녁 풍경




    아름다운 몽골의 바다 홉스골 호수, 내륙 국가 몽골에서는 홉스골을 어머니의 바다로 여긴다고 한다. 홉스골은 바다로 보일 만큼 크고 아름답다. 처음 홉스골의 물가에 다다랐을 때, 물밑으로 호수 바닥의 돌멩이가 투명하게 비쳐보였다. 처음 만난 홉스골 호수는 구름이 가득해 어두우면서 석양이 구름에 내비쳐 분홍빛 혹은 자몽빛을 띄는 신비로운 풍경이었다. 호숫가라서 그런지 여름 홉스골은 구름이 많고 비가 자주 내린다. 우리가 도착한 날 밤에도, 예보상 그 다음날에도 하루종일 비가 내리는 날씨였다.

    자갈란트 마을의 통나무 집에서 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풍경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속담만큼 홉스골로 가는 길을 표현할 말이 없다. 몽골여행을 통틀어 햇빛 아래의 홉스골보다 아름다운 풍경은 보지 못 했지만, 가는 길 만큼은 최악 중의 최악이다. 웬만한 오프로드는 다 겪어본 줄 알았는데 아니, 홉스골로 올라가보지 않았다면 대부분 체험판에 불과하다. 힘들어도 힘들다는 내색을 하지 않던 팀원들도 넋이 나간 듯 힘들다는 말을 내뱉었다. 아침밥을 제대로 먹을 새도 없이 자갈란트 마을을 나선 우리는 중간중간 차를 멈추고 쉬어가며 홉스골 인근 무릉시로 향했다. 떠나온지 약 6시간 만에 무릉의 노민 마트에서 2시반 점심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홉스골로 들어선 건 오후 6시 이후다. 약 8~9시간을 차에서 보낸 셈이다. 그런데 홉스골로 가는 길이 지옥인 건 시간 때문이 아니다. 거친 비포장도로를 지나며 미친 듯이 흔들리는 차체 때문이다. 도로가 거친 데다 웅덩이가 움푹움푹 패인 초원길이 굽이굽이 나있어 속도도 내지 못 한다. 심한 멀미를 하지 않는다면 다행이지만, 그 긴 시간 동안 차에서 자지 못 한다는 건 상당히 고통스러운 일이다. 눈 붙일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휘청거리는 몸의 중심 잡기에 급급한데, 설령 자더라도 머리를 돌리다가 어딘가에 부딪히고 엉덩이가 붕 뜨는 일이 잦아서 결국 다 깨버리고 만다. 좀비처럼 비몽사몽 흔들리는 차를 탄다고 생각하면 된다.

    순록은 상당히 순했다. 뿔을 만져도 가까이 다가가도 가만히 쳐다보거나 앉아있을 뿐이었다.


    홉스골 인근에 도착했을 때 잠시 내려 순록을 구경(?)했다. 순록은 임시 울타리가 둘러져 있는 구역 안에 있었는데, 밖에서 내다볼 순 있지만 안에서 사진을 찍고 싶다면 인당 5000투그릭(약 2000원)을 내야 했다. 나는 여동생과 만 투그릭을 내고 들어가서 순록을 만져보고 사진도 남겼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순록을 만나볼 수 있을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이 주변에는 기념품을 판매하는 노점도 많았는데, 우리팀 여자들은 모두 머리에 두를 수 있는 악세서리를 9000투그릭에 샀다. 원래는 이마에 두르는 거라고 하던데 우리는 머리띠처럼 매고 홉스골 캠프파이어 앞에서 나란히 사진을 남겼다. 순록 인형이나 낙타 인형도 있었다.

    “와, 진짜 춥다. 옷 제대로 입어야겠다.”

    홉스골에 다다르자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추울 걸 대비해 긴팔을 입고 나섰는데도 추웠다. 한여름 홉스골에서는 반팔을 꺼낼 틈이 없다. 해가 내리쬐는 점심 이후부터 온기가 조금 돌지만, 해가 사라짐과 동시에 세상이 꽁꽁 얼어붙는다. 밤에는 패딩을 꺼내도 무리가 없다 싶을 정도다. 나는 첫 날밤 긴팔에 경량패딩 조끼, 가디건, 두꺼운 후드집업에 판초까지 둘러입고 게르 밖을 나갈 수 있었다. 우리팀 모두 도착하자마자 곧장 캐리어를 열어 옷부터 고쳐입었다. 뽀얀 입김이 몽글몽글 올라오는 홉스골에서의 첫 날이었다.

    홉스골에는 한국 사람이 정말 많다. 우리가 묵은 날에도 한국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해가 진 후에 다같이 모여 커다란 캠프파이어를 하는데, 해가 길어서 오후 10시쯤에나 시작했다.
    홉스골의 석양

    오랜 여정으로 힘들 법도 했는데, 도착하니 다시 생기가 돋았다. 홉스골에서의 일정은 2박으로 여유로웠다. 그 덕에 마음도 여유가 생겼다. 그동안 매일 같이 짐을 풀고 싸며 숙소를 옮겨왔던지라 하루 만이라도 한 장소에 더 머물 수 있다는 데에 큰 위안을 받았다. 저녁부터 활기를 되찾은 우리는 홉스골을 이곳저곳 둘러봤다. 밤에 예정된 캠프파이어부터 다음 날 보트와 승마 일정으로 설레는 마음도 함께, 그러나 가장 행복했던 건 늦잠이 가능하다는 거였다. 그동안 매일 오전 8시에 출발하며 한국에서보다 부지런한 일정을 소화했었다. 타오르는 불길을 보며 불멍을 즐기고, 오랜만에 큰 마트에 들러 잔뜩 사온 안주와 술로 풍요로운 밤을 보냈다. 막상 가보니 힘든 건 싹 잊혀지고 마냥 행복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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