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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여행 :: 날씨 따라 달라지는 테르힝 차강 호수의 매력여행 & 나들이/해외여행 2023. 7. 19. 22:00
테르힝 차강 호수의 석양
바다가 없는 나라 몽골은 물이 귀하다. 우리팀 가이드 서일러 씨는 살면서 바다를 한번도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물이 귀하기 때문에 비가 내리면 운이 좋은 거라고 한다. 특히 어떤 목적지로 향할 때 비가 온다면, 방문을 환영한다는 의미라고도 했다. 오전 오후까지만 해도 쨍쨍했는데 화산 트레킹을 마치고 테르힝 차강 호수로 향할 때쯤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졌다. 비가 내리면 게르를 이용하기가 번거롭고, 호수의 풍경을 보지 못 할 거라는 생각에 슬픈 내 마음과 달리 서일러 씨는 우리가 운이 좋은 거라고 했다. 생각해보니 쳉헤르 온천에 가는 길에도 도착할 때쯤 빗방울이 떨어졌었다.
휴게소에 들러 점심을 먹은 후 촐로트협곡과 허르거 화산을 들렀다. 촐로트협곡은 화산이 터졌을 때 용암이 지나가면서 움푹 패인 골짜기 모양의 협곡이다. 허르거 화산은 약 8000년 전 터진 화산이다. 화산 분화구까지 오르는 짧은 트래킹 코스였다.
“발 딛는 거 조심해. 미끄러지겠다.”허르거 화산 분화구 정상 화산에 오르며 내려다본 초원 화산의 분화구 중심에 고인 물 해가 쨍쨍 내리쬐는 날씨, 일정에 트래킹이라고 적혀 있어 산책 수준으로 우숩게 알았는데, 가벼운 등산 수준의 산이었다. 코스는 20분 내외로 짧다. 그런데 오르면서 한껏 멋내고 나온 나의 옷차림이 잘못됐음을 깨달았다. 허르거 화산은 제주의 현무암 같이 구멍이 난 검정 돌과 자갈이 많았다. 또 험한 산은 아니지만 의외로 경사도가 높았다. 적어도 편한 바지를 입는 게 좋았을텐데, 나는 하필 스키니한 면바지를 입었다. 그런데 막상 정상에 가보니 원피스를 입은 몽골인들도 더러 있어 대단하다고 느꼈다.
분화구 중심에는 작은 호수가 옹달샘처럼 고여있었다. 아무래도 한라산의 백록담 같은 분위기인데, 그동안 물이 증발해 호수가 지금처럼 변했다고 한다. 가파른 분화구 아래로 내려다보며 대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했다. 등을 돌려 화산 아래를 내려다봐도 장관이다. 어느 방향을 바라봐도 예술인 그 자연 속에서 아이러니 했던 부분 중 하나는 정상에서 담배를 태우는 사람이 있다는 것. 아마도 몽골인이겠거니 싶었는데, 사람의 발길이 닿은 곳이라 그런지 쓰레기도 보이고 담배꽁초도 적지 않았다. 왠지 좀 아쉬운 마음으로 내려오는데 갑자기 해가 구름에 가려지더니 작은 빗방울이 떨어졌다.구름 낀 테르힝 차강 호수 저녁 먹고 나온 뒤 만난 그림 같은 호수 몽골의 여름 날씨는 변화무쌍하다. 낮에는 뜨거운 태양 아래서 반팔 차림으로 땀을 흘렸는데, 해가 사라지면 곧바로 찬바람에 손끝이 시리다. 트래킹을 마친 후 테르힝 차강 호수로 향하는 길에 가벼운 비가 내리다가 게르에 도착했을 쯤 그쳤다. 구름이 하늘을 가리니 호수도 어둡고 우울했다. 공기가 차가워 반팔 대신 긴팔과 후드 집업을 껴입고 호숫가를 걸었다.
“와, 파리가 막 사진에 찍혀.”
물가엔 역시나 벌레가 득실거렸다. 몽골에서 특별히 배운 건…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말자…라는 거다. 겉으로 보기엔 좋아보여도 자세히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잦은데, 멋진 자연 환경과 그 속에서 뛰노는 염소와 양, 야크, 말 등이 모두 똥과 벌레 파티라는 것. 몽골에서 낭만을 찾겠다고 놀러왔지만, 실상은 잘 닦이지 않은 도로를 6시간씩 달려 하루의 절반은 차 안에서 보내고, 게르에서는 벌레와의 동침과 지저분한 공용 화장실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몽골여행에서 위안이 되는 건 해가 길다는 점이다. 천혜의 자연 환경이니 어떻게 눌러대든 사진 하나는 끝내주게 나온다. 해질녁쯤 구름이 걷히자 햇빛 아래로 말긴 물빛이 드러났다. 식사 이후 다시 물가에 가보니 아까와는 전혀 다른 그림 같은 풍경이 사진에 담겼다. 그대로 신이 나서 호숫가를 따라 석양을 쫓았다. 호수라고 하지만 바다라고 해도 믿을 만한 테르힝 차강 호수의 모래사장에서 나와 여동생, 가이드 서일러 씨와 나란히 앉아 사진을 찍고 풍경을 감상했다. 이런 게 바로 몽골의 매력이구나 느끼면서.'여행 & 나들이 > 해외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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