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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몽골여행 :: 울란바토르와 가까운 테를지, 갑자기 맑아진 기적 같은 하늘
    여행 & 나들이/해외여행 2023. 7. 30. 07:00

    테를지에서 독수리를 손에 앉혀(?) 볼 수 있는 체험이 있는데 사진 몇 장 찍으면 순식간에 데려가버린다. 여자분들은 독수리가 무겁다고 했지만 나는 생각보다 거뜬히 들었다.




    몽골여행의 마지막 일정이 테를지라는 서사는 완벽했다. 그동안 고생고생을 하며 돌아다닌 탓에 테를지의 숙소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고 느꼈던 것 같다. 보통 테를지는 긴 여정을 시작하기 전 첫 번째 목적지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인 거 같은데, 우리팀은 어쩌다보니 마지막 일정으로 소화하게 됐다. 사실 테를지는 울란바토르와 그리 멀지 않은 위치로, 울란바토르에서 출발하면 약 1시간반이면 도착한다. 포장도로로 길이 잘 돼 있어 편한 여행지다. 그러나 우리는 머나 먼 볼강에서 출발해 가는 데다 울란바토르를 경유하는… 그 동안의 이동 중 가장 긴 거리를 가야했다. (솔직히 울란바토르에서 내리고 싶었다.)

    울란바토르에서 테를지로 달리던 중 만난 비구름, 스마트폰 데이터를 다 같이 꺼두고 비가 그치길 간절히 바랐다.


    이동에 이동을 거듭하는 지옥 같은 장거리 주행을 지내고 나서야 울란바토르에 닿았다. 그런데 울란바토르를 지나 테를지 국립공원으로 향하던 중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 동안 날씨 운이 좋았던 걸 생각하면 그래, 마지막 날 쯤이야 양보할 수 있다 싶었는데, 막상 비가 너무 많이 오니 김이 빠졌다. 이동 시간이 길어서 그런지 이럴 거면 그냥 울란바토르에 있는 게 낫지 않나, 지친다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신기했던 건 장대비가 쏟아지고 번개가 내리치자 가이드 님이 데이터를 켜두면 번개를 맞을 수 있다며 데이터를 끄라고 했다는 점이다. 기분 탓인 줄 알았는데, 비가 새차게 오기 시작하면서부터 어쩐지 인터넷도 잘 안 터졌다.

    부슬비가 내릴 때 찍은 칭기스칸 동상
    입구에 들어서면 이런 공간이 있는데, 이 사람들이 뭔지는 모르겠다.
    칭기스칸 동상에 올라가면 보이는 동상 얼굴


    우리는 테를지 칭기스칸 동상에 오후 5시쯤 도착했고, 차에서 비가 잦아들기를 15분 정도 기다렸다. 원래 일정에는 무슨 사원도 방문하는 거 였는데, 일정이 늦어지는 새에 문을 닫았다. 다행히 맞을 정도의 비가 내릴 쯤 차에서 내려 동상 아래 마련된 건물로 들어갔다. 멀리서 볼 땐 몰랐는데, 칭기스칸 동상은 꽤 커다랗고 심지어 위로 올라갈 수도 있는 구조였다. 솔직히 이 동상에서 볼만한 건 딱히 없었고 그냥 동상과 기념 사진을 찍는 정도였다. 그런데 동상 위로 올라가보니 하늘이 딱 반으로 나뉘어 먹구름이 지나간 자리에 푸른빛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먹구름이 지나가면서 달라지는 하늘을 이렇게 제대로 본 건 처음인 것 같다.

    맑게 갠 하늘에 뜬 무지개
    하늘이 맑아지니 더욱 멋져보인다.
    독수리는 발톱이 진짜 크고 날카롭다.


    “와, 무지개다.”

    햇빛이 푸른 초원으로 내리쬐기 시작하면서 구름 사이로 작지만 아름다운 무지개가 드러났다. 동상을 기준으로 왼쪽은 푸른 하늘과 무지개가, 오른쪽은 먹구름이 지나가고 있어 어두운 그늘이 명확히 구분됐다. 동상에서 내려오고서는 독수리를 보러 갔다. 독수리는 그저 사진 한장을 위한 체험 그 자체였다. 체감상 5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두꺼운 장갑을 끼고 독수리를 들어볼 수 있는데, 굉장히 짧다. 주인이 금방 데려가 버린다. 재밌었던 건 독수리가 날개를 펴도록 하기 위해 팔을 위아래로 흔들라고 시키는데, 대부분 여자팀원들은 무겁다고 했다. 나는 거뜬히 들어(?)졌다. 독수리 발톱도 굉장히 크고 날카로워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칭기스칸 동상을 지나 거북바위를 보러갔다. 그런데 사실 거북바위보다 기념품 샵을 더 오래 봤다. 홉스골 일정에서 가장 아쉬웠던 게 바로 낙타인형이다. 고비사막으로 가면 낙타인형 쇼핑으로 가장 유명한 바양작이 있다. 홉스골로 가는 길에는 그런 명소가 없다. 그나마 나와 여동생은 국영백화점에서 작은 인형을 사갔는데, 그 이후로 살만한 지역이 전혀 없었다. 내가 원한 건 낙타인형 열쇠고리였지만, 그런 건 바양작이 아니면 구할 수 없는 기념품인 거 같다. 거북바위 기념품 샵에 있는 낙타인형은 국영백화점과 거의 똑같다. 오히려 작은 인형은 가격만 더 비싸다. 큰 인형 중에는 국영백화점보다 더 귀여운 녀석도 있어서 두 마리 업어왔다.

    덩그런히 있는 거북바위, 이 바위를 보고 나서 다른 바위도 다 거북바위처럼 보였다. 이런 바위 진짜 많다는 말.
    풍경이 예술인 숙소 식당.
    따뜻한 허르헉, 역시 고기는 따뜻하게 먹어야 해!!


    드디어 일정을 다 소화하고 숙소에 도착하니 8시반 정도, 힘들고 지쳤지만 위로가 된 건 숙소 컨디션이다. 아무래도 울란바토르와 가까운 지역이다 보니 발달도 잘 됐고, 관광객도 많았다. (특히 한국 아저씨들) 저녁은 드디어(?) 따뜻한 허르헉이 나왔다. 자갈란트에서 차갑게 식은 허르헉은 그동안 먹었던 다른 양고기보다 못 했는데, 이날은 따뜻하게 먹으니 훨씬 괜찮았다. 물론 질기긴 했다. (생전 안 쓰던 치실을 꺼낼 정도) 넓고 쾌적하며 벌레가 거의 없는 게르와 따뜻한 허르헉, 깨끗하고 넓은 신식 샤워시설과 화장실. 이 모든 시설과 조건이 테를지에서의 마지막 날을 풍요롭게 장식했다. 테를지국립공원을 걷지 못 한 건 아쉽지만, 언젠가 또 다시 가볼 일이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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