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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몽골여행 :: 음식편, 몽골에선 고기가 지겨워질 수밖에 (투어 8박9일)
    여행 & 나들이/해외여행 2023. 9. 24. 16:00



    몽골은 양고기와 소고기를 주식으로 한다던데, 몽골여행은 고기에 환장하는 나도 고기가 물릴 수도 있구나를 깨닫게 해준 경험이었다. 특히 고기가 풍부한데 채소가 부족하다는 점이 괴로웠다. 학창시절부터 나는 친구들이 맛 없다며 급식을 버리고 매점을 가던 날도 식판을 말끔하게 비우던 무감각한 미각의 소유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도락이 빠진 여행은 식탁 앞에서의 재미는 없다. 부족한 걸 달랜다고 밤마다 보드카에 맥주, 안주를 마시고 먹어댔지만, 다녀오고 나서 몸무게를 재보니 그대로였다. 보통 해외여행 다녀오고서 몸무게 걱정을 했던 걸 생각하면 몽골은 맛 없는 나라가 맞는 듯….





    첫 날, 점심쯤 울란바토르에 떨어졌는데, 이것저것 하다보니 점심은 건너고 저녁을 먹게 됐다. 동생과 둘이 돌아다니다가 문 연 가게가 거의 없어서 겨우 찾아 들어간 식당이 양식집이었다. 몽골 음식을 하는 곳으로 다시 찾아가야 하나 고민했지만 음식이 맛있어보여서 그냥 먹기로 하고 맥주 한잔을 곁들였다. 그땐 몰랐는데 몽골에 날아온 이후 한 식사 중 가장 훌륭한 식사였다. 저렇게 세 가지를 시켜서 약 3만5000원 정도 나온 것 같다. 아무래도 몽골에선 비싼 식당이겠지?

    수흐바타르 광장에서는 몽골 음식처럼 보이는 간식을 하나 사먹었는데, 이게 호쇼르라고 하는 몽골의 전통 튀김 만두다. 재밌는 건 지역마다 만드는 방법이나 재료가 달라서 같은 호쇼르도 다 맛이 다르다고 한다. 그때 광장에선 몽골 사람들이 모여앉아서 저 호쇼르를 먹는 모습을 보고 호기심에 사먹었는데 가격도 저렴했다. 그리고 이 호쇼르라는 친구는 투어 중 꽤나 맛있는 메뉴로 등극한다… 이게 아니면 죄다 양소고기 조림 같은 것만 나오기 때문이지… 일종의 특식 같은 개념이었다.






    둘째 날, 점심과 저녁. 이날부터 지옥(?)의 고기 복사 붙여넣기가 시작된다. 왜냐하면 이런 한 그릇 고기 식사의 형태가 끝없이 반복돼 나오기 때문이다. 점심은 휴게소에서 먹었고 저녁은 캠프식이었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돈을 더 주고 굳이 캠프식을 고집할 이유는 없는 거 같다. 그냥 가이드식으로 한식 요리를 먹는 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달까. 투어비가 한두푼 들어가는 게 아닌데 식사도 숙소도 전반적으로 크게 만족스럽진 못 했다.




    셋째 날, 아침은 빵과 잼, 버터와 달걀. 점심은 호쇼르와 야채국, 고기 플래터. 저녁은 달걀이 들어간 고기 덩이와 밥, 야채였다. 점심이 특식 같은 날이다.



    넷째 날, 기억에 의하면 테르힝차강 호수의 숙소에서 먹은 저녁 식사였는데, 나름 이것저것 풍부하게 나와서 나쁘지 않았다고 느꼈다. 근데 이때부터 고기가 질린다는 말이 슬금슬금 나오기 시작했던 거 같다. 내 동생이 특히나 고기만 가득한 식사를 즐기지 못 했다.



    다섯째 날, 점심부터 음식을 잘 못 먹는 팀원이 생겼고, 저녁에 나온 건 허르헉이라는 몽골의 전통 음식이었는데 고기가 다 식은데다 너무 질겨서 먹는 게 힘들었다. 나는 양손으로 잡고 뜯었지만 동생은 거의 식사를 포기한 수준으로 못 먹었다. 허르헉을 먹고도 배가 고프다고 하자 가이드 님이 양고기 볶음 같은 걸 주문해줬는데 허르헉보다 이게 따뜻하고 더 맛있었다.



    여섯째 날, 아침은 일찍 출발해야 하는 일정 때문에 가이드 님이 해준 참치와 김자반을 넣은 밥. 이게 정말 너무 맛있었다. 오랜만에 맛 보는 한국의 맛(?)이어서 그런지 감동적이었다. 이후로 우리 팀원들은 마트에 가면 참치를 사기 시작했다. 부족한 단백질 보충으로도 참치가 단연 최고! ㅎㅎ 소와 양이 물리기 시작….



    일곱째 날, 최종 목적지인 홉스골에서 먹은 아침인데 놀랍게도 아침 식사가 그동안 중에서 가장 부실했다. 점심은 호쇼르와 야채국, 호쇼르는 진짜 맛있어서 다들 남김 없이 먹었다. 저녁에는 야채 샐러드에 마트에서 사온 캔 참치를 올려 먹으니 맛있고 즐거웠다. 몽골에서는 이런 소소한 행복 하나 하나가 진심으로 즐거워진다.



    여덟째 날, 홉스골에서 두번의 밤을 보낸 후 볼강으로 향한 날이다. 이날이 가장 힘들었다. 왜인지 기운도 없고 팀원들 중 투어 코스를 포기하는 사람들도 생기고, 결국에는 저녁밥도 포기하고 잠자는 사람들도 생겼다. 내 동생도 저녁밥을 안 먹고 잠에 빠졌다. 동생은 결국 멀미를 해서 약 먹고 토하고 잤다. 이동 시간이 너무 길었고, 홉스골 일정을 다 마쳐서인지 이제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저녁엔 야채 카레가 나왔는데 여기에 또 다시 캔 참치 사온 걸 얹어먹었다. 고기가 질린다고 저녁을 포기했던 팀원도 있었는데 막상 가니 카레가 나온 걸 보고 내가 다 허탈했다.



    아홉째 날, 아침에 나온 사과는 너무 푸석해서 먹기를 포기하고 소시지와 계란이 나왔던 거 같은데 사진 찍는 걸 깜빡했다. 저녁엔 테를지에서 허르헉! 테를지는 마지막 여행지로 훌륭한 선택이었다. 숙소가 가장 쾌적했고 저녁도 가장 풍부했다. 다음 날 울란바토르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괜히 힘도 나는 거 같았다. 이날 허르헉은 감동적(?)이게도 따뜻한 상태로 나왔는데 확실히 식은 거보다 맛있었지만 여전히 질겼다. 누군가 몽골에 갈 땐 치실을 챙기라더니 나도 한번씩 꺼내 썼던 거 같다. 몽골 감자가 맛있다는 말도 참 많아서 여행 내내 먹어봤지만, 아무래도 음식 자체가 맛있는 게 없다보니 감자 자체만으로 맛있게 느껴지는 환경이라서 그런 말이 생긴 게 아닐까 싶다. 내 입엔 평범했다.



    대망의 마지막 날! 그동안 먹었던 고기 통틀어도 저 양고기 샤슬릭이 가장 맛있었을 것만 같았던 저녁. 투어는 블랙버거를 끝으로 마치고, 양고기 샤슬릭과 볶음밥은 국영 백화점 옆에 있는 코카콜라 집 앞에 있는 곳에서 먹었다. 블랙버거는 우리나라 어디 방송에 나와서 유명해졌다는데 내 입엔 평범했고, 굳이 찾아 먹으러 갈 필요는 없을 거 같다. 오히려 마지막 식사가 가장 입에 맞았다. 참고로 샤슬릭은 러시아 음식이다.

    몽골에 한 번 다녀오니 색다른 환경을 경험하고 즐겨본다는 점에선 좋았지만, 나와 잘 맞는 여행지인지는 잘 모르겠다. 물론 나는 다 잘 적응하고 일정을 소화했지만… 일단 투어비가 생각보다 저렴하지 않다. 비행기 값 역시 여름 성수기엔 낮지 않다는 걸 감안하면 비싼 돈 주고 고생하러 갈 이유가 없는 거 같다. 물가는 싼 편이긴 하지만 동남아와 비교해보면 싸지도 않은 거 같다.

    자연 환경만큼은 개발된 곳이 없어서인지 훌륭했다. 홉스골에서 승마한 건 잊혀지지 않을 경험 중 하나다. 만약 내가 승마에 취미가 있다면 대자연을 느끼며 말을 달려보는 로망을 실현하기 위해 몽골을 찾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특정한 목적 없이는 잘 모르겠다. 그냥 새로운 경험이 재밌었고, 이런 세상도 있구나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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